주님안기

20년 동안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친 선생님.

이상대님의 ‘밥보다 백배는 더 중요한 시 이야기’

칼럼에서 발췌한 중학교 2학년,

정현이란 학생이 쓴 시를 소개할게요,  

 

제목은 ‘덫’  

 

나는 만화도 게임도 하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고

나는 항상 조용히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이고

나는 교복을 줄이지 않고 단정히 입어야 하는 모범생이고

나는 얌전히, 요조숙녀처럼 행동하는 1학기 부회장이고

나는 성적에 대한 걱정도

남들에게 당하는 비교도 없어야 하는 1등이고

나는 다른 집 장남 보다 훨씬 뛰어나야 하는 장녀이고

나는 항상 동생들에게

‘모범’이라는 것을 보여야 하는 첫째이고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동생에게 양보할 줄 알아야 하는 언니이다.

나는 언제쯤 이런 덫으로부터 풀려서

나답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을까.

이 친구는 전교 부회장으로 성적도 전교 최상이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상냥한 친구입니다.

한마디로 범생이죠.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내 존재를 드러내는 것인데요,

이 시를 읽으면서 글을 통해

아이의 해맑은 웃음 뒤에 숨겨 둔

고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를 접하면서 떠올려지는 영화 한편이 있는데요,

모두 ‘겨울왕국’ 보셨나요?

몇 년 전 겨울왕국의 엘사의 'Let it go'

노래가사에 숨겨진 의미를 떠올려봅니다.

스스로 내면의 규칙을 만들어

스스로를 언제나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힘들게 살았던 거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을 보면

사람의 성격에는 3요소가 있음을 정의합니다.

원초아 (Id), 자아(Ego), 초자아(Super Ego)

우리는 원초아와 초자아의 영향 사이에서

자아가 균형 잡고 현실에 맞게

의사 결정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어느 한쪽을 치우치거나 균형을 잃을 때

자아는 힘을 잃어버리고

강한 힘에 압도되어 살아갈 수 있는데요.

겨울왕국의 주인공 엘사도 초자아에 갇혀 얼어붙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아이로 계속 남게 된 거죠.

마법 같은 이상한 것과는 거리가 먼

착한 아이로 보여 져야 한다는

강력한 초자아의 명령 속에서

이 영화의 제목처럼 얼어붙어 있었던 겁니다.

우리 주변에는 엘사와 같이

‘착한 아이’로 키워지는 아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숨게 만들고

힘들게 했던 초자아의 명령을

다 잊겠다고 외치고 있는 거죠.

부모의 기대, 사회의 기대,

주위의 차가운 시선 따위는 견딜 수 있는 배짱을 가져야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부모와 사회가 만들어 준 ‘초자아’가 아닌

자기 내면의 기준에 따르는 ‘초자아’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진정한 자유를 느끼게 되는 거죠.

'Let it go'를 3줄로 요약하면,

Let it go, Let it go

다 잊어! 다 잊어!

That perfect girl is gone

그 완벽한 소녀는 이제 사라졌네.

The cold never bothered me anyway

이젠 추위 따윈 두렵지 않아

어린아이가 커가면서 겪는

‘자아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영화 ‘겨울왕국’

더 나아가 이기적인 ‘자기애’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열려있는 진정한 사랑에로 향하게

그런 되는 내용으로 마무리되죠.

몇 년 전 아주 인상 깊게 봤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나누어보았습니다.

나의 틀을 깬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인데요.

나에게 머물러 있는 사람,

그리고 남에게 열려져 있는 사람.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mPWdz7-2V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