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아녜스 수녀님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

 
아직 8월이 열흘 정도 남았으니

늦여름을 즐기기 위해

제주도에 가는 것도 괜찮겠지요?

이 책을 보고 가시면 더욱 좋을 것 같아서

가지고 나왔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지은이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입니다.

본래 태어난 곳은 충남 부여이고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제주도를 너무 좋아하여

1985년부터 아예 제주도에 정착을 합니다.

결혼도 안하고 오직 제주도 사진만을 위해 사신 분이시지요.

이 분이 직접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삼남로에 있어요.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날 이름이고요,

본인이 그동안 찍은 사진을 두모악 갤러리에 전시하고 있지요.

제주도 성산포 시골에 있는 폐교를 임대하여

손수 갤러리를 만들고, 정원을 꾸몄어요.

저도 몇 년 전에 일부러 찾아 갔었는데

소박하면서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요.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서 하루 종일 있어도 좋은 곳이지요.

사진 감상하다 정원에 나와 놀고 또 사진 감상하러 들어가고

영육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갑 사진 작가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1부는 10년 전 써둔 글을 정리한 것으로,

제주도에 매혹되어 정착하게 된 과정과 사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2부에서는 구술 형태로 씌어진 투병 과정과

폐교를 개조해 직접 만든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요.

책 표지를 포함하여 67장의 사진이 글과 함께 실려 있어서 

김영갑 작가의 생애는 물론 그 분의 사진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포토 에세이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 작가가 표현한 부분을 읽어드리면

어떤 분이신지 짐작이 가실 거예요.

아름다운 꽃이 열흘을 가지 못하는

허무한 세상살이를 잊기 위해 미친 듯이 하나에만 몰입했다.

살고 싶다는 나의 기도는 사진 작업이었다.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임 없이

사진을 찍는 하루하루는 자유로웠다.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어 홀로 걸었다.

제주도 사람들이 꿈꾸는 유토피아를 이어도라고 해요.

김영갑 작가는 20년간 사진에만 몰입하여 발견한 것이

이어도이고, 루게릭 병의 호흡 곤란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을 때도

온몸으로 이어도를 느꼈다고 해요.

내가 숨쉬고 있는 지금, 현재가 이어도라고 말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고

대자연의 신비를 느꼈고,

하늘과 땅의 오묘한 조화를 깨달았으며,

이러한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주대학교 안성수 교수님은 김영갑 작가를 두고

예술을 위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의 수도자라고 평하였어요.

세속을 뛰어넘어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누리며 살던 기인,

제주의 오름과 대자연을 스승처럼 받들던

자연철학자라는 표현도 하였지요.

사진 예술을 위해

순교자의 길을 걸으신 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주도의 바람, 고요, 평화, 침묵까지도

사진 속에 담으려고 혼신을 다해 몰입을 합니다.

이 몰입이라는 단어를 저자는 책에서 많이 사용해요.

그래서 이 분의 작품은

혼이 들어간 사진이라고 할 수 있지요.

갤러리에서 사진을 본 사람들이 그것을 느껴요.

이 사진은 그냥 사진이 아니다.

사진이 말을 하고 있다.

사진에서 바람을 느낄 수 있다.

이 사진 속에 하느님이 숨어 계신 것 같다.

이러한 평가들을 하지요.

‘내가 찾고자 했던 것이 이것이다.’를 발견했을 때

그 발견한 것에 나의 모든 것을 바쳐 투신하는 것.

부모 형제도 끊고, 내 목숨을 바쳐 혼신을 다하는 삶.

이것이 종교적인 삶이 아닐까요?

가장 아름다운 삶이라고도 생각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꾸지만

투신하지 않기 때문에 꿈을 이루지 못하고

1인자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김영갑 작가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의 천지창조 작품을 사랑하였다는 점에서

진정한 예술가이면서 종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