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에게’  

이 시가 나오게 된 배경을 말씀드리면

어느 날, 중년의 나이가 된 친구가 정호승 시인을 찾아와서 말을 합니다.

“호승아,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아내에게서 외롭고, 회사 동료에게서 외롭고,

가족들에게서도 외롭고 ... 너무 외로워서 힘들다.

왜 이렇게 외로운지 모르겠다.“ 하소연하는 친구에게 시인이 말을 합니다.

‘사람이니까 외로운 거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외로운 것이지.

인간의 본질이 외로운 건데 어쩌겠냐...“

친구가 돌아간 다음에 이 외로움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사람이니까 외롭다는 것을 연약한 꽃대가 올라온 수선화에 비유해서 이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정호승 시인은 대구를 대표하는 시인이지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청소년 시기를 대구 신천동에서 보냈어요.

대구 계성중학교, 대륜고등학교가 모교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여 대학에 갈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전국 대학 중에서 유일하게 문예 장학생을 뽑는 경희대학교 문예 공모전에 응모하여 장학생으로 입학을 합니다.

청소년 시기를 보낸 대구 신천동에서 자연과 인간과 가난을 배워

시를 쓸 수 있는 자양분을 공급받았다고 그분의 산문집에서 이야기 합니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노래로 부른 것이 60편이 넘는 것으로 압니다.

특히 가수 안치환은 정호승 선생님의 많은 시를 작곡하여 노래를 불렀어요.

‘안치환, 정호승을 노래하다’ 라는 제목으로 10년 째 전국 순회 콘서트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