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란?  

                                              김 동구

 

차를 몰고 가다가 앞차와 충돌하였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여러 반응이 나옵니다. 첫 번째 경우 ‘아니 앞차는 왜 갑자기 급정거를 해서 충돌하게 만드는 거야?’ 하고 화를 내며 앞차로 갑니다. 두 번째 경우 ‘이 충돌사고는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앞차가 70%는 잘못이지’ 하고 생각을 정리한 후 앞차로 갑니다. 세 번째 경우는 옆자리에 앉아있는 친구에게 ‘아이고 박았네, 야 네가 좀 나가봐. 심장이 벌렁거려 못 나가겠어.’ 하고 친구를 보냅니다. 여러분은 어떤 반응을 보이시나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 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서로 다릅니다. 이런 반응을 결정해 주는 독특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성격이라고 부릅니다.

나의 집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크고 멋진 집입니다, 그런데 그 멋진 집이 있음에도 지하실의 어둡고 작은 방에 나를 가두어 놓습니다. ‘왜 나는 이런 곳에서 답답하게 지내는 거지?’ 하면서요. 그곳의 문을 열고 나오면 빛과 자유로움이 있는 넓은 세상이 펼쳐지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더욱이 자신이 그 집의 주인인데도 불구하고 지하실의 성격 감옥에 갇혀서 살고 있지요.

어떻게 하면 이 지하실 감옥에서 탈출 할 수 있을까요? 단숨에 감옥을 깨고 나올 수 있겠지만 나 혼자 힘으론 불가능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차분히 지하실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오는 것입니다. 문에 걸려 있는 자물쇠를 열쇠로 열고 나오면 되는 것이지요. 열쇠는 나의 지하실 방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찾으려고 노력하면 ‘아하 여기 있었구나.’ 하고 보일 수 있죠. 찾기 쉬운 곳에 있었는데 찾지 않고 살아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문의 위치와 자물쇠가 달려있는 장소를 파악해서 문을 엽니다. 성격 감옥을 탈출해서 자유로운 세상으로 나왔네요.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정상을 향해 산을 오릅니다. 여러 개의 산길 중 하나가 나의 길입니다. 가장 편하다고 생각한 길. 나의 성격의 길이지요. 각자 자기가 편하다고 생각한 길로 올라갑니다. 나의 길을 따라서 올라가다보면 옆길도 보입니다. 산 정상에 올라가니 여러 길을 통해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것이 보입니다. 처음 산을 오를 때는 안 보였던 길들이었죠. 산을 오르는 인생에서 나에게 주어진 성격 길은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나의 도구이며 무기입니다.

아니, 같은 성격을 놓고 두 가지 스토리로 얘기를 했네요. 하나는 성격이 내가 갇혀 있는 감옥이라고 했고 또 하나는 성격은 살아갈 때 필요한 나의 도구라고. 무엇이 진실일까요?

사고로 팔이 부러지면 팔을 석고붕대로 2개월간 고정시킵니다. 부러진 뼈를 움직이지 않게 보호하며 붙게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2개월이 지나서 뼈가 잘 치료된 후에는 석고붕대를 어떻게 하나요? 그대로 두나요? 아니면 벗어버리고 자유로움을 택하나요?

나의 성격은 팔에 감은 석고붕대와 같은 것입니다. 나의 가장 아픈 곳을 보호하고 치료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치료가 끝나면 답답한 석고붕대를 벗어버려야 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부러졌을 때의 아픈 생각으로 그대로 석고붕대를 하고 있으면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나의 성격은 힘들고 어려울 때,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용한 자동화된 패턴 입니다. 그러나 아픔이 치유되고 성숙할수록, 매듭이 풀어지면서 느슨하게 되어 갑니다. 매번 나를 붙들고 똑같이 반복하던 성격이 자유로워지는 것이죠. 마치 석고붕대를 풀고 팔이 자유로워지듯이. 나의 성숙은 성격의 붙들림에서 자유를 가져다주어서 여유 있게 인생을 살아가게 합니다.

나의 성격도 모르고 감옥에 살고 있는데 상대방을 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없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보지 않고 자신의 아픔만을 자신의 감옥에서 되새기고 살고 있는 결과이지요. 결혼은 상대방의 아픔과 나의 아픔을 서로 마주하고 소통하면서 둘의 아픔을 함께 치유하는 동행입니다. ‘항상 내가 옳고 이해받아야 한다.’는 자신만 생각한 결과가 이혼으로 귀결됩니다. 나의 성격은 타인의 성격과 서로 다른 것뿐입니다.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쁜 것이 아니지요. 성격차이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곳에서부터 치유가 시작됩니다.

생물학적으로 보면 성격은 유전에 기초한 기초설계도이므로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후성유전학적 토대가 있기 때문에 설계를 더욱 풍부하게 하여 멋진 작품을 창조할 수 있습니다. 몸과 마음의 훈련을 통하여 나의 성격을 발전시키고 성숙시켜서 나만의 멋진 작품을 빈 서판위에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 여러분이 기억하고 훈련하실 메시지입니다.

나의 성격은 이 세상을 살아내는데 필요한 나의 도구이며 무기입니다. 무기는 쓰는 사람에 따라 좋은 기구가 될 수도 있고 흉기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도구와 무기 사용법을 잘 익히며 훈련하십시오. 그러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순간에 더 넓고 자유로운 길이 바로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펼쳐지는 지혜의 길을 따라 산을 오르세요. 정상에 도달하면 어느 길로 올라왔던지 광활한 세상이 자유롭게 펼쳐집니다. 정상의 신비함과 경이로움을 위하여 오늘도 훈련이 필요합니다.